한 작은 나라의 왕
'이'는 자신 안에 자신의 성을 짓고, 자신이 스스로 왕관을 쓴다. 그리고 그 나라에 자기 혼자 살고 있다.
물론 남에게 쓰이는 눈치가 줄어들어 덜 피곤하고 자신도 남에게 폐를 끼칠 일이 없어 부담도 없을 것이다. 다만 득을 보는 일이 없다. 받아들일 때 생기는 상처가 두려워 받아들이지 않으면 늘어나는 것도 없다. 수용에 준비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자신을 고독하게 만든다.
이기심과는 맥락을 함께 하나, 같은 뜻이진 않은듯하다. 이기심을 쉽게 풀어보자면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네 것은 알 바 없고 내 것은 확실히 내 것"으로 풀 수 있어서다. 이기심은 어떻게든 바깥의 것까지 내 것으로 받아들여 이익으로서 만들려는 적극성이라도 있는 반면 '이'는 소극적이고 배타적인 것을 기반으로 한다. 배운 자락이 짧아 이를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으나, 모 유명 애니메이션에서는 'AT필드'라는 개념으로 둘러서 부른 바가 있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자신을 끊임없이 고독의 길로 내치고 있는 한편으로도 자기편이 되어줄 동조자를 간절히 원한다는 점이다. 동조자도 사상, 이념, 관점 등을 들어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가 어떤 풍경을 지니고 있든 간 무조건 칭찬해주고 옳다고 여겨줄 수 있는 광신도가 필요하다. 혼자라서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을 땐 백성의 세이프 하우스라는,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는 대피소가 필요하다. 나라는 쉽게 무너지지만 처음부터 혼자였으므로 그만큼 쉽게 다시 건설할 수 있다.
또 하나 더, 배타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으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펙트이든 아니든, 논리적이든 아니든 무조건 옳아야만 한다.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무서워하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을 땐 도망을 쳐야 하며, 도망갈 곳이 막히면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 남은 유일한 합리화 수단인 자존심이라도 집어던지면서 지질해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무조건 옳아야 하므로 자신의 백성이 되어줄 수 없는 사람에겐 삿대질을, 자신의 나라를 부정하는 사람에겐 다짜고짜 그 안면을 긁어야하고 전쟁도 불사해야한다. 허나 소심함도 기반에 둔다 하였다. 호전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무엇보다 전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치르는데 논리성이라는 기본 스킬트리 전력 자체가 없고 감성에만 호소하다보니 그 감성을 파고드는 사실과 합리성에 멘탈이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전면전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피소로 가 요놈 안될거야 하며 레이더망만 열심히 돌려본다.
'이'에겐 다수의 세상 사람들이 왜 이렇게 딱딱하고 피곤하게 사는지 이해 안된다. 세상 사람들은 왜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며 혼자 사는지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는 나서서 남에게 해를 가하지는 일이 없으나 자신을 측은히 여겨 손길을 내미는 사람의 호의를 자기 입맛대로 걸러내면서 갈등이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사춘기를 겪고 그 시기가 끝나면서, 하물며 잠자리에 누워서도 나는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안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하는데 '이'의 눈엔 이 세계는 자신의 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오늘도 누워서 부끄러움에 이불을 걷어차는 게 아니라 머리맡까지 덮어쓰고 이를 갈다 잠이 든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는 선에선 해결법은 없다.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한은. '이'는 틀린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 자신을,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사랑해줘야하는지 모르는 가여운 존재일 뿐이다. |
BULUB
2012/04/13 08:31
2012/04/13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