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6 13:02 2011/08/26 13:02
Blue Orb
원래 이런 감상은 말 그대로 감상적으로 쓰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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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xsword.com/special/blueorb/index.html

onoken 신보. 2003년 말 Swell Strings 이후로 8년 반의 긴 공백기를 두고 나왔다. 릴리즈 소식을 접했을 때, 첫 앨범이 당시의 나에겐 전율의 집약체로 여겨졌던 것에 비추어 그간의 공백만큼 비례한 기대가 들었다. 특히 Ta-k의 미려한 크로스페이드 무비가 곁들어져서 말이다.

Swell Strings가 오프닝과 十六夜月로 처음과 끝을 잘 묶어서 앨범의 색을 포장했었다고 하면 이번 앨범엔 그 포장의 끈이라 부를만한 것이 없다. 대신 그 내용물은 고급 초콜릿 상자를 열었을 때, 일정한 크기와 가지런하게 개별 포장된 듯한 상태로 남아있으며 스트링과 보컬을 맥락으로, 오히려 전작의 앨범과 타이틀을 바꿔 부르는 것이 어떨까 싶은 앰비언트의 묵직한 맛이 담겨있다.

맛이라는 비유를 이어서 사용해 묶는다면 전체 9개 트랙 중에서 1,2,6,8,9 가 같고 5,7 로 따로 걸러내며 마지막으로 3과 4가 짝없이 따로 논다. 크게 묶어진 1,2,6,8,9 중에서도 구태여 나눈다면 1,2가 계피고 6이 딸기며 8,9가 바닐라다. 연속되고 짝이 있는 1,2 와 8,9 는 사실상 묶어서 한개의 곡이라고 말해도 괜찮다 싶을만큼 깔끔하게 이어진다. 그래도 트랙을 나누는데 의미가 있다면 첨가물이 다르다는 정도로 여기면 되겠다.

8년의 공백 사이에도 onoken 이라는 한 작곡자에게 품던 특유의 스타일과 곁들여진 세련됨은 변치 않고 충분했다. 그것을 대변할 수 있도록 앨범은 통째로 맛보면 분명 과거와는 달리 불필요한 조미료를 배제하고 불협도 잘 걸러져 깔끔한 맛으로 일관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부족하다. 재료의 신선함과 조리에 흠이 있었다기보다 기억에 남는 맛이 없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스위스제 초콜릿을 몇개 집어 먹었다는 기분이지, 싸구려 설탕을 뒤섞었어도 과거 P8107이나 Shylph같은 곡처럼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짜릿함을 줬던, 뇌리에 박힐만큼 인상적인 맛은 없었다.

곡의 개별적인 평가는 짧게 쓰려고 해도 길어질 것 같아 생략. 굳이 주관적으로 베스트와 워스트를 뽑자면, 베스트는 6번 트랙 Albaforia. 어딘가 나사를 하나씩 생략해버린 질소 포장같은 트랙들 중에서 유일하게 구성진 재료들로 가득차있다. 워스트는 4번 트랙 Coquine. 이건 뭐라고 해줘야 좋을지... 이 앨범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 맥락이다. 오리알 중에서 백조알이 끼어있었다면 모르지만 이건 가뜩이나 낙동강 오리알인데 메추라기가 끼어들어서 강물에 다 떠밀어버리는 듯한 인상이라고 해야할지. 유감스럽다.

BMS로 더 유명했던 felys 로 onoken 을 처음 접한 뒤로 꾸준히 기대중이지만 분명 그 때에 비해서 내 귀는 조금도 까탈스러워지지 않았음에도 이번 앨범은 기대감이 과했던 탓인지 만족스럽진 못했다. 지금 다시 정리해본다면 오히려 페이드무비에서 선보인 Ta-k의 감성적인 무비가 소개해줬던건 곡이 메인이 아니라 영상이 메인이 아니었을까 하게 와닿는 것이 부족했다는걸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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